"도둑질해서 종부세 내나"…성토장 된 與 종부세 간담회

입력 2022-11-30 18:45   수정 2022-11-30 21:12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상향 등을 골자로 한 입법 예고안을 발표하자 한나라당에선 '강남' 대 '비강남'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종부세 대상자가 몰려 있는 강남 지역 의원들은 적극 찬성한 반면 강북과 지방 의원들은 특권층을 위한 정책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비강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으면서 정부의 종부세 완화 기조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일부 의원들은 '소신파'로 불렸다. 그 대표주자가 서울 양천을에 지역구를 두고 있던 김용태 의원이었다.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주민이 없었음에도 김 의원은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다. "종부세 완화는 대통령 공약이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이다. 여권이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돌아온 김 전 의원이 또 한번 종부세 완화를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종부세 조세저항 민심 경청 간담회-중산층은 왜 종부세에 맞서나'를 진행했다. 김 원장은 "종부세라고 하면 보통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민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대다수 국민이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종부세의 본질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부동산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았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7월 정부가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돌리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고, 그때 통과됐다면 올해와 내년 세금을 낮출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에도 종부세 조정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를 '부자감세'로 규정하면서 법안 통과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제 개편안엔 1가구 1주택자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부세는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했지만 집값이 더 뛰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종부세는 조세 평등주의에 반하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에 부유세를 부과하는 곳은 한국과 프랑스 두 곳 뿐이었는데, 프랑스는 납세자들이 스위스와 독일로 빠져나가면서 토지에 대한 부유세만 남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선 종부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방청객은 "현재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0년 80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지난해 2300만원, 올해 2000만원으로 뛰었다"며 "정년 퇴직 후 소득이 없는데 세금이 몇 천 만원씩 나오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방청객은 "법인을 세워 과천 아파트를 구입해 임대소득을 얻고 있는데, 2020년 34만원이었던 종부세는 2021년 2680만원, 올해는 1900만원이 됐다"며 "작년 종부세를 빚 내서 다 갚기도 전에 1900만원이 나왔는데 올해분은 도둑질을 해서 내야 하느냐"라고 토로했다.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재만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73% 오르는 동안 공시가격이 140% 올랐다"며 "전 정부가 '깡패 정부'라면 현 정부는 '깡통 정부'다. 세금을 깎아주는 척만 하지 말고 (종부세 폐지로) 본질을 고쳐달라"고 촉구했다.

김 원장은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7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애썼지만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결사 반대했다"며 "생생한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돼 합리적 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선진화되고 합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유권자를 조직해 표를 움직이는 것"이라며 유권자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주문했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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